지난 수년동안 페블은 웨어러블 시장을 개척하며 스마트워치에 대한 길을 열었다. 항상 켜져있는 디스플레이, 최대 7일까지 사용가능한 배터리 그리고 적절한 가격은 페블을 수식하는 말로 이는 스마트워치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웨어와 최근 애플워치의 출시 등 경쟁사가 발을 들이기 시작했고, 페블의 입지를 속속들이 노리고 있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던 페블이 이번에도 그 자리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을지 밝혀본다.

페블타임
  1. 첫 느낌과 소감
  2. 하드웨어
  3. 소프트웨어 및 앱 환경
  4.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
  5. 결론

첫 느낌과 소감

사실 렌더링 이미지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들로 걱정이 많았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베젤의 크기와 노출에 따라 심하게 달라보였던 이미지들은 어떤 색을 선택해야할지 생각보다 난감하게 만들었다. 최종적인 선택은 검정색을 택했는데, 배송이 빠르기도 했거니와 플라스틱이라는 재질상 흰색은 장난감처럼 느껴질 것만 같았다.

실제 만나본 페블타임은 생각보다 고급스러웠다.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베젤은 검은색보단 밝으나 약간 어둡고, 전체적인 디자인적 요소를 잘 감미했다. 덕분에 시야적으로 넓어보이는 베젤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고, 플라스틱의 프레임도 싸보이지 않았다. 무광에 전체적인 무늬가 첨가된 플라스틱으로 촉각적인 느낌도 좋았다.


하드웨어

페블타임은 이전 페블세대와는 달리 전반적인 하드웨어 개선이 이루어졌다. JDI의 LTPS LCD를 채용해 저전력 64색을 지원한다. 해상도 크기의 차이는 없으나 각 dot의 크기를 줄여 ppi는 기존 페블과 비교해 조금 늘어 픽셀이 도드라지는 문제는 적어졌다. 하지만 기존 페블앱과의 호환성을 위해 그대로둔 낮은 해상도는 컬러의 장점을 훼손했다. 스마트워치의 특성상 작은 화면에 글자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Antialiasing이 되지 않은 폰트는 보기 거슬렸다. 페블이 SDK3.0을 내놓으며 공식적으로 API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나1 일부 워치페이스를 제외하면 실제 페블화면에서 이를 만나긴 어렵다. 컬러도 마찬가지이다. 광활한 화면을 바라는 것은 아니나 ppi가 너무 낮다보니 그 적은 64색마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페블이 리스크를 지더라도 기존 앱과의 호환성을 버려야했던 부분이다.

이전의 LCD와 유리가 붙어있는 형태가 아니라서 실내에서의 화면은 꽤 어두웠다. 수리의 용이성을 생각한다면 유용하지 않나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감안하더라도 어둡다는 단점은 명확하다. 백라이트를 켜면 괜찮으나 배터리 수명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2 더욱이 백라이트는 대략 3초정도만 켜지고 바로 꺼졌다. 지속적으로 켤 수 있거나 시간을 길게할 방법이 없다. 야외 화면은 정말로 환하다. E-paper의 특성상 빛을 반사하는 영향도 있겠지만 야외 활동에 있어 디스플레이는 만족 그자체였다.

집 안에선 형광등을 비춰야 제대로 보이는 반면, 밖에선 별로 밝지 않음에도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페블의 동작은 기본적으로 버튼조작이다. 페블타임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스마트 포트로 제스처 방식으로도 조작이 가능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덕분에 버튼의 조작감이 중요해지는데, 첫 느낌은 무언가 뭉특한 것을 딱딱 누르는 느낌이었다. 샤프펜슬의 누르면 바로 튀어나오는 느낌이 아닌 조금 뭉개져 올라오는 것 같았다. 물론 괜찮은 조작감이었고 그렇게 많은 힘을 요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처음엔 딱딱 누르는 느낌이었으나 가끔씩 삐걱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불량의 문제라고 하기엔 너무 간혈적이라 제품 설계의 문제라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및 앱환경

기본적인 조작은 화면에 항상 시계화면이 나오고,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몇가지 설정과 앱 메뉴로 이동한다. 앱 메뉴의 경우 기존에는 단순히 기능의 이름만 나열한 것이었다면 페블타임의 경우 지금 재생되고 있는 음악이나 설정된 워치페이스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이동할때는 톡톡 튀는 애니메이션이 추가되었는데, 처음 우려한 것과는 달리 빠르게 전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및 UI의 변경으로 인해 알림창의 윗부분이 아이콘으로 가려지면서 기존 모델과 비교해 적은 정보만 바로 볼 수 있었다.

앱의 설치 갯수 또한 사라졌다. 기존까진 모두 페블에 저장하는 방식이었다면 페블타임부터는 이를 유동적으로 판단해 저장하기 때문에 제한이 없어졌다. 초기엔 다양한 앱을 설치해봤지만, 정작 오래동안 사용한 앱은 걸음수 측정 Misfit, 바코드 인식 Skunk, 스탑워치 Timer+, 가끔씩 심심하면 켜는 Tiny Bird정도였다. 그 외 에버노트와 같은 일정앱들은 폰을 켜서 연동이 필요했기 때문에 저절로 사용빈도가 줄었다.

페블앱은 네이티브로 돌아가지만, 네이티브만으로 불가능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폰의 GPS 정보를 가져온다거나 데이터 통신이 필요할때는 휴대폰에 설치된 컴페니언 앱을 통해 작동해야한다. 이게 여간 귀찮은 일인 것이 GPS만 보고자 해도 폰에서 앱을 켜고 다시 페블을 들여다 봐야한다. 스마트폰을 든 손으로 손목에 찬 자그마한 디스플레이로 보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장면도 없을 것이다. 덕분에 페블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무조건 컴페니언 앱이 없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페블에 앱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앱이 많다는 것은 워치페이스 앱이 많은 것이지 단독으로 돌아가는 네이티브 및 기타 컴페니언 앱이 많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페블이 Uber앱을 개발했지만 그 이후로 제대로 만들어진 앱을 보긴 힘들었다. 배터리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Battery+앱 역시 서드파티 개발자가 만들었다. 페블과 제휴된 에버노트 등 많은 앱들은 아직 SDK2.0으로 3.0에 맞게 다시 제작되지 않아 스크롤이 버벅거리는 등 문제가 많았다.

Fossil JR1359. 기존 페블과 마찬가지로 22mm 시계줄은 모두 호환된다.

페블이 주장하는 배터리 7일을 넘긴 적은 없었다. 하루 적어도 20통 이상씩 알림을 받고, 걸음수 측정을 위해 Misfit를 백그라운드로 실행했을 경우 보통 4-5일정도면 배터리 경고가 나타났다. 경고가 뜬 시점부터 대략 3시간정도 충전을 하면 완료되었다는 알림 또한 받을 수 있었다. 타 스마트워치에 비해 두 부분 모두 뛰어났으나, 사용시간에 있어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달랐다.

페블타임에도 여전히 한글 언어팩은 지원된다. 한글언어팩은 비공식이지만 페블 커뮤니티의 김희준님께서 꾸준히 작업해주시고, 시스템 펌웨어를 건드리지 않아 페블타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 페블이 공식적으로 언어팩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일부 메뉴화면에선 영어로 뜨게 된다. 가장 중요한 알림은 한글로 뜨기 때문에 사용상 문제는 없다. 또한 iOS는 한글팩 설치를 지원하지 않아 안드로이드폰을 빌려 설치를 한 후에 다시 재연결을 해야만 한다.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

페블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페블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알림도 이들 폰을 통해서 가능한데, 아이폰의 경우 iOS의 문제로 블루투스LE로만 알림을 가져올 수 있다. 덕분에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면 알림을 받을 수 없었다. 더욱이 API의 한계로 안드로이드에선 가능한 간단한 이모티콘 전송이나 서구권 언어만 가능하지만 음성인식등의 기능도 활용할 수 없었다. 음악앱을 조절하려해도 항상 음악앱이 백그라운드 안에 있어야했다.

앞서 말했던 Misfit의 경우 걸음수 측정 및 수면측정은 추가적인 센서가 없음을 고려하면 비교적 잘 작동했으나 아이폰 앱으로 동기화를 하려고하면 항상 튕겨 수십일동안 동기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뜨는 등 불안정했다. 다른 앱을 쓰려해도 마땅한 앱이 없으니 방법이 없었다. 페블이 홍보하는 RunKeeper는 컴페니언 앱을 열고 페블로는 시작과 정지만 가능했다. 웨어러블 기기인 페블이 단독으로 실행할 앱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결론

페블타임을 약 한달간 써보면서 느낀 점은 불편했다는 점과 자꾸 써야할 이유를 찾게 된다는 점이었다. iOS앱에선 알림만 확인가능하고 제대로 쓸 수 있는 앱도 없다. 하지만 자꾸 이 페블타임을 써야할 이유를 스스로 찾게된다. 기기 자체의 만족이 컸다는 점과 워치페이스의 다양함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써야할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불편함을 합당화 시키고 싶었다는 반증이다.

리스크를 견뎌야했다는 의미를 설명하려한다. 지금 새로이 개발되고 있는 앱들은 대부분 페블타임만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모델의 지원이 쉽다해도 개발자 대부분이 지원하지 않고 있다. 기존 앱들의 호환성을 위해 같은 해상도를 유지했지만, 새로 개발하는 앱들이 페블타임만을 지원한다면 그 지원에 의미가 없다. 차라리 페블타임의 해상도를 높이는 리스트를 졌다면 더 높은 수준의 스마트워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아쉽다.

  1. developer.getpebble.com 

  2. 페블 타임 스틸에선 일체형 구조라 이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