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이 Chrome OS와 Android를 서로 결합해 새로운 OS를 만들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1 수많은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를 가져오면서 PC 환경은 유지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구글의 의도일 것이다. Remix mini는 그런 구글의 행보를 앞서 보여주는 제품이다. Android 5.1 롤리팝 기반에 여느 PC 환경과 같이 작업표시줄이나 창을 활용한 멀티태스킹 등 Remix mini는 이런 행보에 어떤 평을 쌓을지 기대가 된다.

  1. 첫인상
  2. 성능
  3. Remix OS
  4. 결론

첫인상

Remix Mini

종이 상자를 열면 손바닥 둘을 합친 정도의 Remix mini가 모습을 보인다. 처음엔 질감이 너무 미끄럽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제 만져보니 촉감은 부드러웠고 밑 부분엔 고무가 붙어있어 잘 흔들리지도 않았다. 마감 또한 최근 중국 트랜드답게 뒤편 parting line의 끝맺음새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말끔했다. 이후 나머지 구성품은 AC 어댑터, HDMI 케이블 정도이다. 내가 받은 제품은 1GB 모델로 8GB 스토리지. 처음부터 SD카드로 확장을 꾀했기 때문에 용량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Remix mini는 5V 전압의 파워와 이더넷 단자, USB 2.0 포트 2개와 HDMI 단자, 3.5파이 헤드폰 잭, 그리고 128GB까지 확장이 가능한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장착되어 있다. USB 3.0이 아닌 점과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UHS를 지원하지 않아 아쉽게 다가왔다. 헤드폰 잭으로 마이크 사용도 가능한 점은 그런 중 다행이다.

파워를 연결하고 제품 윗부분의 로고를 길게 터치하니 한가운데 위치한 LED가 깜빡 켜졌다. 파워에선 짧은 고주파 신호도 들렸다. 이후 첫 초기 설정을 정리하고 실제 화면을 만나니 PC 환경과, 정확히 말해 Chrome OS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더욱이 작업표시줄 왼쪽에 자리한 앱 드로어는 확실히 그 느낌을 더했다.

작업표시줄의 오른쪽엔 안드로이드의 상태 바를 구현했는데, 알림 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알아보기 좋았다. 물론 안드로이드처럼 상태 바에서 몇 가지 기능을 조절할 수 있고 캡쳐 기능도 여기서 가능하다. 문제는 1초 늦게 반응해서 캡쳐의 타이밍 맞추기가 꽤 어렵다는 점이다. 켭쳐시 창에 따라 자동으로 화면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좋았다.


성능

우선 객관적인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AnTuTu와 GeekBench로 벤치마크 테스트를 했고, 보안 패치는 Stagefrighter Dectector를 통해 취약점을 확인하였다. 대체로 CPU 성능은 2-3년 전에 출시되었던 넥서스 4 등 퀄컴 Snapdragon S4 Pro의 제품들과 비슷한 수치를 보여줬다. GPU는 타 항목 대비 굉장히 낮은 점수를 보여줘 3D 게임은 비교적 어려워 보였으며, 보안 패치에선 거의 모든 항목에서 취약점이 노출되어 문제가 있었다.

Specifications
CPU Allwinner 64-bit, 4-Core Cortex A53
GPU Mail300MP2; supports OpenGL, ES2.0, Open VG1.1
RAM/ROM 1GB/8GB 2GB/16GB
AnTuTu의 경우 풀스크린 모드만 지원을 하기에 부득이 이렇게 테스트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체감되는 버벅거림이나 지연 등의 문제는 받은 제품이 1GB 모델이라 그런지 초기 버전에서 꽤 심각한 수준이었다. 크롬으로 유튜브 영상은 전혀 볼 수 없었고, 서드파티 앱을 둘 이상 켜놓으면 간혹 한 쪽이 강제 종료가 되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버전에선 많은 부분 개선이 되었고,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글 키보드를 사용할 시 입력이 지연되는 등 개선이 더 필요해 보였다.

또한, 간헐적으로 가속 스크롤이 작동해서 반응 속도가 더디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마우스 컨트롤로 조작하는 기기인 만큼 쓸데없는 가속 스크롤은 괜히 신경만 거슬렸다. 파이어폭스의 부드러운 스크롤같이 불쾌한 느낌.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이 많은 안드로이드 특성상 뒤로 가기를 누를 때마저 페이드아웃 효과가 나타나는데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었다. Remix OS가 직관적인 PC 환경으로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항상 아쉽게 다가왔다.

다소 의외였던 점은 소리였다. 헤드폰 잭을 통해 소리를 직접 들어봐도 화이트 노이즈는 매우 적었다. 이 가격대에서 잡음 처리를 꽤 잘한 편이다. 다만 전반적인 음색이 저음역이 강조되고, 고음역이 깎여 들리는 등 썩 완벽하진 않았다. 물론 DAC이 내장된 것도 아니고, 저가형 제품에 자주 나타나는 소리 튐 현상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소리 자체는 준수하다 할 수 있다.

약속했던 4K Decoding도 상당한 수준이다. 4분가량 640MB에 달하는 4096x2304 영상을 실제 재생해보았다. 초기 버전에선 시작 몇 초간 버벅댔으나 업데이트 이후 현재 버전에선 아무런 문제 없이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품을 단순히 영상 재생 용도로 사용한다면 불만 가질 부분은 전혀 없었다.

Remix OS

Remix Mini는 Jide에서 만든 Remix OS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Jide는 Ultratablet을 통해 이미 Remix OS를 선보인 적이 있고, 초기 1.0 버전이 아님에도 부족함이 자주 보였다. 더욱이 Remix OS의 주요 특징인 화면 조절 모드 및 각종 버그는 자잘한 문제가 많았다.

Jide는 PC 화면의 창 개념을 활용해 축소/확대 버튼을 모바일/태블릿 모드로 안드로이드에서 구현했다. 덕분에 축소 화면으론 편하게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었고, 확대 화면으론 작업하기 편리했다. 또한 이 모드에선 창의 크기 조절도 가능해 좋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앱에선 스마트폰처럼 전체 화면, 즉 풀스크린 화면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풀스크린 모드 및 모바일만 지원하는 확대 모드에선 UI가 전체적으로 너무 커지고, 트위터 같은 앱은 가로 폭이 심하게 길어져 앱을 사용하기 굉장히 힘들었다. 특히 사진이라도 하나 추가되었다간 트윗 하나가 전체 화면을 다 가렸다.

또한 지원하더라도 모바일과 태블릿 모드의 전환이 부드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화면을 축소하거나 확대하면 자동으로 모바일이나 태블릿 모드로 넘어가야 하는데, 유연하게 UI가 변하는 앱은 유튜브를 제외하면 없었다. 플리커는 적게나마 지원하는 앱 중 하나이지만 확대 모드에서 축소 모드로 넘어가면 자동으로 모바일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태블릿 모드에 폭만 좁아지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다시 켜면 제대로 보이지만 거슬렸다.

각종 버그도 문제다. 기본 앱과 서드파티 앱과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선, 드랍앤드롭의 경우 기본 앱 File Manager에선 서로 다른 창에서 잘 작동하지만, 정작 크롬이나 다른 앱으로 시도하면 불가능했다. 또한, 브라우저에선 다중 선택도 지원하지 않았다. API상 불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PC환경이고 지원할 것으로 생각하게 되니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또한 유튜브의 경우엔 App Detail 설정에 들어가 풀스크린 모드를 켜야만 1080p를 즐길 수 있다. 편한 축소/확대 화면을 버려가면서 써야 했기에 영 문제였다.

굳이 설정을 들어가 풀스크린 모드를 켜야 1080p로 영상을 볼 수 있다.

멀티태스킹에 대해서도 말이 조금 필요하겠다. 창을 통해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하지만 창을 내린 상태라면 완전한 멀티태스킹이 지원되지 않는다. PC와 달리 앱을 최소화 상태로 내려놓으면 다시 실행했을 때 진행 상태로 복귀되는 것이 아니라 브라우저의 경우 다시 로딩된다. 램 부족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실제 사용 중 이런 문제를 자주 겪었다.

무엇보다 가장 와 닿는 문제는 키보드일 것이다. 초기 버전에선 구글 한글 키보드가 전반적으로 잘 작동했다. 그런데 업데이트 이후 한글 키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물론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설정에서 On-screen Keyboard 모드를 켰다가 다시 끄면 작성할 수 있다. 단순 버그고 리포트도 보내 Jide가 다음 버전에서 고치겠다고 답장을 보내왔지만 지원하던 기능이 갑자기 안 되니 썩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결론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 성능과 마감은 상당히 훌륭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 하지만 Jide가 고치려는 의지를 보이고, 소프트웨어로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므로 좀 더 다듬어지면 훌륭한 안드로이드 PC로 부를 수 있겠다. 20$대의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본다. 다만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것처럼2 램이 2GB인 대신 가격이 70$이다? 그 정도는 아니다. 가격이 킥스타터 가격인 50$로 떨어진다면 괜찮겠지만 말이다.